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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2-05 11:15
시 쓰기, 어떻게 지도할까
 글쓴이 : 웹도우미
조회 : 1,980  
시 쓰기, 어떻게 지도할까
1. 시 교육의 목표

쓰기 시간이나 일기장에 아이들이 쓰는 시들을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과 형식의 시들이 많이 눈에 띈다. 자신이 정말 하고자 한 이야기와 감정은 찾아 보기 힘들고, 관습적인 연의 구분과 억지로 꾸며 쓴 것이 분명한 요상스럽고 불필요한 꾸밈말들만이 남아 있다. 소위 '동시'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읽혀 지고 있는 수 많은 거짓글들이 아이들의 생생한 경험과 그 속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일정한 틀에 가두어 '시'에 대한 왜곡된 생각들만 불어 넣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잘못된 시 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먼저 이오덕 선생님이 말한 시 교육의 목표를 살펴보자.

  일상의 삶에서 비뚤어지고 오염된 마음을 순화시킨다. 혹은 사람의 정신을 더 높은 경지로 고양시킨다.
  시적인 직감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붙잡는다.
  참된 삶을 인식하고, 인간다운 삶의 태도를 갖는다.
  진정이 들어 있는 말, 진실이 꽉 찬 말, 정직한 말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그런 말을 쓴다.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갖는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참다운 인간을 키워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자면 먼저 어른에 의해 묻은 때, 더구나 머리로 짜 맞추어 쓴 시를 익히고 써왔던 때를 깨끗이 벗겨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때 그 순간의 생생한 감흥을 불러일으켜 감동 있는 시를 쓰게 해야 한다.

2. 시란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시를 쓰게 하기에 앞서 시를 바르게 알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가르치는 교사가 시를 바르게 알아야 한다. 시를 보는 교사의 눈이 바로 아이들이 시를 보는 눈이 될 만큼 교사의 책임이 무겁다.
'시란 무엇인가?' 이오덕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시란 '마음의 소리', '자연이나 인간의 삶에서 얻은 감동을 짧게 나타낸 글', '사람의 마음을 울려 놓거나, 놀라움을 주거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하거나, 높은 곳으로 우리들 마음을 끌어올려 주는 짧은 글', '참 그렇구나! 참! 하고 느끼는 것'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볼 때 아이들이 쓰는 참된 시는  '삶에서 그때 그때 부딪치는 온갖 일들에 대해서 느끼고 생각한 것(감동)을 될 수 있는 대로 짧은 꼭 써야 할 자기의 말로 토해 내듯이 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을 아무리 쉽게 풀어해 주어도 아이들이  '시란 이것이다'라고 분명하게 잡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실제 시를 읽고 쓰는 가운데 자기 마음 속으로 저절로 느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이들에게 다음 글을 읽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내가 쓴 시를

4학년
내가 쓴 시 인데
내가 읽을 때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아버지란 시를 쓸 때
나는
연필을 살짝 책상 위에 놓고
노점에서 과자 팔고 계실
아버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입 속에서 중얼중얼
"아버지, 아버지……." 부른다.

어머니란 시를 쓸 때
지금쯤 엄만
어디서 일하고 계실까?
점심을
길 한복판에서 잡수고 계실까?

모래 나를 때
큰 돌이
발 위에 떨어지지나 않을까?

나는 결코 울지 않는다.
그러나
시를 읽으면서
내가 쓴 시를 읽으면서
나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시지만 다음 시도 읽어 주면 좋다.

팔려 가는 소
경북 경산 부림국교 6학년 조동연
소가 차에 올라가지 않아서
소 장수 아저씨가 '이라' 하며
꼬리를 감아 미신다.
엄마 소는 새끼 놔두고는
안 올라간다면 눈을 꼭 감고
뒤로 버틴다.
소 장수는 새끼를 풀어 와서
차에 실었다.
새끼가 올라가니
엄마 소도 올라갔다.
그런데 그만 새끼 소도 내려오지 않는다.
발을 묶어 내릴려고 해도
목을 맨 줄을 당겨도
엄마 소 옆으로만
자꾸자꾸 파고들어 간다.

결국 엄마 소는 새끼만 보며 울고 간다.

정말 눈물이 핑 돌 만큼 마음에 찡하게 울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감동이다. 그런 감동이 담겨 있어야 시라고 할 수 있다.


3. 가짜 시와 진짜 시

다음에 내보이는 시들은 어느 신문에 실린 아이들 시를 몇 편 옮겨 적어본 것이다.

아이스크림
4학년
겨울에 먹으면 추워!
여름에 먹으면 시원해.

내가 먹으면 언제나 맛있는
아이스크림

내 마음을 몽땅 가져간
아이스크림
그러다
숙제도 못 했네

벼루
4학년
아주 오래된
할아버지의 벼루

벼루를 보면
인자하셨던
할아버지 생각

눈에 눈물이 글썽

벼루는
나에게 할아버지의
그리운 소식 알려 주지요.

벼루 한 번 만지면
할아버지께서
날 알아주시는 느낌

할아버지
사는 세상 가려고

먹 갈아
붓으로 글씨 쓰니
온 세상이 할아버지 얼굴이에요.

스승의 날
4학년
스승의 날 아침
예쁘게 포장한 선물 가지고
학교에 간다.

앞가슴에
꽃 한 송이 달아 드리고
선물을 드린다.

나보다 더 좋은 선물을 드린
애도 있지만
"고맙다"라는 선생님의 말씀
기분이 좋다.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고
돌아오는 발걸음 어느 날보다 가볍다.

어느 한 편도  '참 그렇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시가 없다. 형식은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 형식을 빌어와서 머릿속에 들어 있는 아득한 생각을 말만 맞추어 갖다 붙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디서 수없이 본 듯한, 누구나 보통 생활에서 생각할 수 있는 말 나열밖에 안 되었다.
다음에 보이는 시들은 어느 백일장에서 뽑혀 상을 받은 작품들이다.

물결
6학년
서쪽 지평선으로
해님이 물에
반쯤 잠기면,

바다는 출렁대며
조금씩 조금씩
비늘을 돋운다.

점심 나절 내내
새파랗던 바다가
하늘에 노을의 붉은 빛
나타나며는

바다는
빠알간
몸뚱이를 드러내며
물장구를 친다.

교회의 종소리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지면

은은한
종소리에 맞춰서
바다는 물결 위에
잔 미소를 띄운다.

노래
6학년
내가 부른 노래는
꽃으로 핀다.

빨강, 노랑, 파랑의
꽃으로 피어

마음과 마음에
웃음이 된다.

내가 부른 노래는
동시가 된다.

맑게 차고 넘는
옹달샘처럼
마음과 마음 적셔 주는
생각이 된다.

이삭
5학년
들마다
가을이
탐스럽게 영글어
일렁이는 황금빛

여름내
땡볕에서
가슴 조이며
키우던 꿈이
토실토실 영글어

다소곳이 고개 숙인
벼 이삭
이삭마다
풍년의 내음이
넘친다.
들녘엔
보람찬 가을이
웃음으로 피어나
벼 이삭마다
마지막 가을을 소근댄다.

이 시들도 앞서 보인 신문에 나온 시들과 별로 다를 게 없다. 다만 말 재주를 좀더 부린 것뿐이다.  한 편 한 편 다지고 보면 머리로 짜 맞춘 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읽기 교과서에 실린 시들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읽히기 위해 쓴시, 다시 말해서 '동시'란 것이다. 그 동시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생생하게 쓴 시(어린이 시)보다 맛(재미)도 감동도 없는 것들이 참 많다. 그런데도 무조건 좋은 시라고 미리 믿어 버리고 몇 연 몇 행이니, 재미있게 쓴 말이 무엇이니 따위를 가르치고 배운다.
또 <쓰기> 책을 보면 어떠한 글을 쓰든지 아이들을 철저하게 계획된 틀에 가두어 오히려 자신의 삶을 읽어버리게 만들고 창의성을 죽이도록 짜여 있다. 더구나 이야기글을 줄여서 짜 만들기 하는 시 쓰기가 있는데 그것 또한 겉 모양만 시처럼 꾸며 놓는 아주 좋지 못한 방법이다. 시는 시고 이야기글은 이야기글이지, 이야기글을 줄여서 시로 만들거나 시를 늘여서 이야기글이 되게 할 수는 없다.
또, 아름다운 말을 관념으로 꾸며 맛없이 시를 쓰는 것보다 위험한 것은 사실 자체를 아주 거짓말로 꾸며 사실인 것처럼 감쪽같이 써놓아 구별하기가 힘든 가짜 시를 쓰는 것이다. 생각나지 않는 사실을 강조해서 사실대로 쓰라고 강요하다 보면 또 그런 일도 일어나는 것이다.
좋지 않은 시란 어떤 것인가를 알아내는 방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시다.
  교과서에 나온 동시 형식을 닮은 것 같다.
  너무 매끈하다.
  어른스럽다, 어렵다.
  읽어봐도 별 맛이 없다.
  아기 같은 소리다.
  너무 아름답다.
  줄글을 시처럼 끊어놓은 것 같다.

막연하지만 먼저 이렇게 감각으로라도 구별할 줄 알아야 할 것 같다. 우선 이렇게라도 구별해 본 뒤에 다시 좀더 깊이 살펴보고 좋은 시인지 좋지 않은 시인지 밝혀 보는 것이 좋겠다.
다음의 시들은 우리 아이들이 쓴 시다. 앞에 내보인 시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 살펴보자.

엄마의 런닝구
경북 경산 부림국교 6학년 배한권
작은누나가 엄마보고
엄마 런닝구 다 떨어졌다
한 개 사라 한다.
엄마는 옷 입으마 안 보인다고
떨어졌는 걸 그대로 입는다.

런닝구 구명이 콩만하게
뚫려져 있는 줄 알았는데
대지비만하게 뚫려져 있다.
아버지는 그걸 보고
런닝구를 쭉 쭉 쨌다.
엄마는
와 이카노.
너무 째마 걸레도 못 한다 한다.
엄마는 새걸로 갈아입고
째진 런닝구를 보시더니
두 번 더 입을 수 있을 낀데 한다.

돼지
경북 경산 부림국교 6학년 허미경
털썩 누운 어미 돼지
새끼 열두 마리가
부리나케 달려온다.
내가 먼저야 비켜 임마
내가 먼저야
돼지우리가 시끌벅적
얘들이 왜 이래!
어미가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한 마리는 자리를 빼앗겨
요기도 한 번 끼여 보고
조기도 한 번 끼여 보고
돼지 아기가 모두모두
젖꼭지에 조롱조롱
가지처럼 매달린다.

내 동생
경북 경산 부림국교 6학년 주동민
내 동생은 2학년
구구단을 못 외워서
내가 2학년 교실에 끌려갔다.
2학년 아이들이 보는데
내 동생 선생님이
"야, 니 동생
구구단 좀 외우게 해라."
나는 쥐구멍에 들어갈 듯
고개를 숙였다.
2학년 교실을 나와
동생에게
"야, 집에 가서 모르는 거 있으면 좀 물어 봐."
동생은 한숨을 푸우 쉬고
교실에 들어갔다.
집에 가니 밖에서
동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놀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밥 먹고 자길래
이불을 덮어 주었다.
나는 구구단이 밉다.

어떤가? 앞서 보인 좋지 않다고 보는 시들과는 좀 다를 것이다. 아직 좀 부족하긴 해도 자기만의 삶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 느끼고 생각한 것을 생생하게 붙잡아 자유스럽게 나타내었다고 본다. 그래서 마음에 울리는 감동을 받게 되는데, 이런 시를 좋은 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진짜 시, 좋은 시는 어떤 것일까? 정리해 보자.
첫째, 무엇보다도 감동을 주는 시다. '참 그렇구나!' 하고 마음에 찡하게 느껴지는 시라야 진짜 시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쉽게 읽히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시다. 어려운 말을 쓰거나 머리로, 꾀로, 재주로 만들어 내었다는 느낌이 들어서는 안 된다. 머리로 꾸며 만들 것은 삶이 없으니 재미고 감동이고 우러날 수 없다.
셋째, 자기만의 느낌이 나타난 시다. 남의 말이나 생각을 흉내내지 않고 지금까지 아무도 쓰지 않았던 것을 써야 싱싱하게 살아있는 시가 된다.
넷째, 자기의 말로 쓴 시다. 우스갯말, 수수께끼 놀이 말, 신기한 말, 아름다운 말, 고상한 말을 늘어놓으려 하지 말고 자기 생활에서 쓰는 말 그대로 쓴 시가 좋은 시다.
다섯째, 조금이라도 형식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쓴 시다. 길게 쓰든지, 이야기글같이 쓰든지 마음대로 쓰도록 하되 꼭 하고 싶은 말만을 써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시와 좋지 않은 시를 설명으로 이해시키기에 앞서 먼저 시를 느껴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삶이 있고, 진실된 마음이 나타나 감동이 있는 좋은 시와 말재주만 부렸거나, 머리로(거짓으로) 짜 맞추었거나, 거짓된 시는 아니지만 평범한 개념으로 써서 감동이 없는 좋지 않은 시 한 편씩 보기로 내어 놓고, 어느 글이 어떤 점에서 감동이 있는 좋은 시인지, 어느 글이 어떤 점에서 감동이 없어 좋지 않은 시인지 스스로 찾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느 누가 보아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시를 보기로 견주어 보이는 것이 좋다. 같은 또래 아이가 같은 시기에 같은 제목으로 쓴 시라면 더욱 좋겠다.
다음에 아이들에게 좋은 시와 좋지 않은 시를 구별하는 공부를 할 때 보여줄 만한 시를, 글감이 같은 것끼리 몇 편씩 모아 놓았다.
같은 글감을 쓴 시들 가운데 첫 번째 시(1-1/2-1/…)는 교과서에 나온 동시나 그 밖에 다른 어른들이 개념으로 쓴 동시 형식에, 머리에서 나온 느낌 없는 생각이나 말을 그럴 듯하게 맞추어 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첫 번째 시를 뺀 나머지 시(1-2/2-2…)들은 자기의 생활에서 솟아나온 살아 있는 시다. 더러 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보고, 겪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꾸밈 없이 자기의 말로 토해낸 시가 좋은 시라고 할 수 있다.

보기글 1-1
할머니
4학년 남
이리 봐도 주름살
저리봐도 주름살
수많은 주름살
어디서 왔을까?

알쏭달쏭 모르겠네

이리 봐도 흰 머리
저리 봐도 흰 머리
수많은 흰 머리
어디서 왔을까?

알쏭달쏭 모르겠네

보기글 1-2
할머니의 아픔
경북 울진 온정국교 4학년 김병훈
할머니가 아침부터
배와 다리와 골이 아프다 해서
약을 사 먹었다.
오줌을 누니 설사똥이 나왔다.
할머니가
죽을라면 지금 죽어라
왜 안 죽노 해서
너무나 불쌍했다.
할머니를 따라가 보니
물을 먹어대었다.
물을 먹지 마라 하니
물을 먹어야 죽지 했다.
나는 할머니를 방으로 모셔 오면서 눈물이 기렁기렁 났다.

보기글 2-1

4학년 남
주홍빛으로 얼굴 붉히며 가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곱게곱게 차려 입고 나뭇잎들은
긴 나들이 간다.

탐스런 감들이 예쁘게 세수하고
곶감으로 다시 태어난 모습이
꼭 우리 할머니를 닮았다.
한 입 베어물면
달콤한 향기가
온산을 물들인다.

보기글 2-2
감홍시
경북 울진 온정국교 4학년 황도곤
감홍시는 빠알간 얼굴로
날 놀긴다.
돌을 쥐고 탁 던지니까
던져 보시롱
던져 보시롱
헤헤 안 맞았지롱 이런다.
요놈의 감홍시
두고 보자.
계속 계속 돌팔매질을 해도
끝까지 안 떨어진다.


보기글 2-3

경북 경산 부림국교 5학년 한원엽
내 친구
한 명 따가네.
내 친구
두 명 따가네.
아이고 내 혼자 남았네.
장대 가지고
한 대 때리니
아이고야 허리 터진다.
한 대 더 때리니
난 죽었으면 죽었지
안 떨어질란다.
그러다가 엉덩이가
불나도록 맞는다.
그래도 안 떨어지고 있더니
몸 전체가 빨개지고
말랑말랑한 홍시감이 되었다.

보기글 3-1
나무
5학년 여
나무는 나무는
새싹으로 피어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죠.

나무는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우리의  듬직한 친구가
되어 주죠.

나무는 나무는
우리의 좋은 친구.

보기글 4-2
나무
대구교대 부속 국교 5학년 박창환
우리 학교 운동장의
소나무
아버지처럼 믿음직하다.

줄기는 하늘을 찌르고
가지는 사방으로 퍼졌다.

무서운 더위를
혼자서 버티고
태풍이 불어도 끄덕없다.
나도
소나무 같은 사람이 되겠다.

보기글 5-1
잠자리
5학년 여
드높은
가을 하늘은
은빛 날개로
빗질하더니,

때때옷
차려 입은 단풍잎과
숨바꼭질하누나.

호수처럼
맑은 하늘로
나들이 가더니

노랑, 빨강 잎을 모아
보고픈 친구에게
소식 전하네.

보기글 5-2
잠자리
경북 안동 길산국교 6학년 안영숙
저녁때가 되니
잠자리들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벌떼 같았다.
한참 동안 바라보니
잠자리는 이상하게도
무용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희들끼리
내가 보는지 몰라서
부끄러움도 없이
예쁘게 무용을 하고 있었다.
동그라미를 그리다가
갑자기 확 날아갔다가
또 모여 들어서
정말로 예쁘게 보였다.
어느 누가 길들였는지
참 예쁘게도
무용을 가르쳤다고
생각했다.

보기글 6-1

6학년 여
눈이 온다, 눈이
새하얀 깃털 같은 눈이

눈이 온다, 눈이
반짝반짝 진주 같은 눈이

눈이 온다, 눈이
예쁜 꽃잎 같은 눈이

새하얀 깃털눈을 모아서
날개를 만들까?
반짝이는 진주눈을 꿰어서
목걸이 만들까?

눈이 온다, 눈이
하얗게 온 세상을 덮는다.

보기글 6-2

경북 상주 공검국교 2학년 김진순
눈이 많이 오니
서로 니찔라고 해서
또 어떤 거는 너 먼저 니쩌
어떤 거는 안 죽을라고
땅에 떨어지면 죽는다고 너 먼저 니쩌
하고 다른 거를 막 떠다 밉니다.
그래 다른 거는 뚝 떨어지니까
소르르 녹으면서 아이구 나 죽네 합니다.

보기글 7-1
어머니 마음
3학년 여
어머니 마음은
하늘인가 봐

높고 높은
은혜를 베풀어 주시니까.

어머니 마음은
바다인가 봐.

깊고 깊은
사랑으로 감싸 주시니까

어머니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찼나 봐.
넓고 넓은 품에 안기면
이불처럼 포근하니까.

어머니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 찼나 봐.

언제나 환한 웃음을 띠고 계시니까.

보기글 7-2
엄마 발
경북 경산 부림국교 5학년 김병찬
엄마가
양말을 신었는데
양말이 안 벗겨졌다.
우리가
억지로 벗겨 보니
엄마 발이 몹시
띵띵 부었다.
엄마 발은
띵띵 부었지만
발이 이쁘고
빼쭉구두 신은 발보다
펑퍼짐하지만
엄마 발이 더 좋다.

보기글 8-1

5학년 여
봄 오면
즐거운


돈 없이도
옷 생기는


산은
어디서 고렇게
예쁜 옷 생길까?

산으로
달려가 고운 그 옷
빼앗고 싶습니다.

봄 오면
즐거운


나도
산처럼
저리도 예쁜 옷
가지고 싶습니다.

보기글 8-2

경북 상주 청리국교 3학년 박선용
먼 하늘 밑에는
삐쭉삐쭉한 할아버지 산들이 있고
할아버지 산 밑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산들이
할아버지 산들을 따라가고
그 밑에는
누나와 오빠 산들이
막 뛰놀고 있다.

위와 같이 좋지 않은 시와 좋은 시를 견주어 보고, 다음에는 좋지 않은 시와 좋은 시 여러 편을 섞어 놓고 아이들 스스로 구별해 보도록 하면 좋은 시가 어떤 것인지 잘 알게 될 것이다.

4. 시 지도에 앞서 알아 둘 일
시를 지도하는 교사는 자신도 모르게 떤 경향성을 띤 시를 좋아하게 도는 경우도 있다. 이때 자칫하면 이런 교사의 취향이 아이들에게도 심어져서 교사가 좋아하는 시를 아이들이 본떠서 쓰게 되는데, 그것은 아이들의 개성을 죽이게 되는 일이니 조심해야 할 일이다.
다음은 이오덕 선생님이 제시한 시 지도의 몇 가지 원칙이다.
    
  아이들 세계의 다양함을 이해하고 인정할 것.
  따라서 지도 방법도 다양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잘못된 교육으로 길들여진 거짓시 만들기와 흉내내기 놀음의 동시 짓기는 철저하게 비판해야 하며, 시 지도도 이런 비판에서 시작해야 한다.
  시를 머리로 짜서 맞추는 짓은 하지 않도록 한다.
  개념의 말을 쓰지 말고, 상투에서 벗어나게 한다.

지금까지 잘못된 방법으로 길들여온 것을 완전히 지워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 되도록 아이들을 잘 이해시켜야 한다.
그러면서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만든다. 무엇보다 마음의 부담감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시 쓰기에 바로 앞서 시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쉽고 감동이 있는 또래 아이들의 좋은 시들을 몇 편 읽어 주면서 어떤 점이 좋은가 조금씩 이야기해 준다.
또,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을 사랑의 눈으로, 따뜻한 마음의 눈으로 보도록 하자. 자신이 발에 채는 돌도 되어 보고, 나무도 되어 보고, 강아지도 되어 보도록 하자. 아무렇게나 버려진 신발 한 짝 따위와 더욱 가까운 동무가 되도록 하자. 또 그 모든 것들의 소리를 듣도록 하며 이야기도 나누어 볼 수 있도록 하자. 우리가 보통 생각해온 개념을 깨부수고 새로운 눈으로 보고, 새로운 귀로 들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자.

5. 시 쓰기 지도 일곱 단계

(1) 무엇을 쓸까 찾아보기

자기의 생활에서 겪고, 보고, 생각한 것들 가운데 언뜻언뜻 새롭게 머리를 스치는 것들이 바로 쓸 거리가 된다. 그런데 쓸 거리를 머릿속으로 생각해 두기만 해서는 제대로 붙잡지 못한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자세하게 나누어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게 해야 한다.

▣ 한 일 : 동생 돌보기, 학원 하기, 청소, 시험, 숙제, 심부름 따위
▣ 놀이 : 물놀이, 공기놀이, 말타기, 술래잡기, 제기차기, 공놀이 따위
▣ 본 일 : 강아지, 옆집 할머니, 동네 아주머니, 도둑 고양이, 나무 따위
▣ 들은 일 : 할머니 어렸을 때 이야기, 역사 이야기, 옛날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바람 소리, 빗소리, 물 소리 따위
▣ 생각한 일 : 답답한 마음, 나의 소원, 나는 커서 무엇이 될까?,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 따위
▣ 그 밖의 다른 일

글감을 찾을 때는 풀숲에서 잃어버린 구슬을 찾듯이 해야 한다.

(2) 가장 감동 있는 글감 고르기

고를 때는 찾아 놓은 쓸 거리에 대해서 하나하나 그 때 그 일로 조금씩 겪어 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어느 것이 가장 감동이 있는 글감이냐를 찾아내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먼저 가장 괴로웠던 일, 가장 슬펐던 일, 가장 걱정스러웠던 일, 가장 신기하고 놀라웠던 일 따위와 같이 진정으로 쓰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일을 잘 골라 보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3) 또래 아이들 시 맛보기

이 때 본보기 글은 같은 또래의 쉽고, 삶이 있고, 진실한 마음이 담긴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글을 쓸 때는 절대로 본보기 글을 흉내내어서는 안 되며, 사람마다 개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본보기 글을 들려줌으로써 그런 시가 더욱 좋은 것이구나, 쉽구나, 나도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마음과 몸짓으로 다시 겪어 보기(구상)

지나간 일에서 스쳐갔던 감흥을 되살려 내려면 조용히 눈을 감고 그 때 그 일로 돌아가 겪어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또 억지로 짜 맞추어 내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그때의 행동, 모습, 표정, 느낌, 생각, 중얼거렸던 말, 대화,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왔던 말 따위를 지금 자신이 직접 경험을 하듯 세밀하게 겪어 생생하게 되살려 내야 한다.

(5) 감동을 되살려 시 쓰기

쓰다가 멈춰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되면 떠올랐던 감흥이 깨어져서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쓸 동안에도 자기가 겪고 있는 그 일 속에 깊이 빠져 들어가 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자세하게 쓴다는 것은 그 일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을 빠뜨리지 말고 자세하게, 생생하게 잡아 쓴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필요 없이 설명하는 말은 넣지 말고, 말을 아껴서 꼭 해야 할 말만 써야 한다.
시를 여러 번 써서  '시가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어느 정도 바르게 알았을 때, 고학년 같으면 자신이 시를 통하여 나타내고자 하는 마음 속의 초점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강하게 감동받을 수 있도록 겪은 사실 가운데서도 꼭 필요한 사실만 골라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된다.

(6) 고치고 다듬기

무엇이든지 형식에 맞추느라 애쓰다 보면 내용이 충실치 못하게 된다. 따라서 시 고치기도 먼저 내용을 충실히 고치고 난 다음에 형식을 고쳐야 내용을 다치지 않고 충실히 나타낼 수 있다.
먼저 다 쓴 시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 보며 충실치 못한 곳이 어디인가 알아 보고 그 부분 부분을 자세하게 겪으면서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감흥을 살려 보태어 적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읽어 보며 전체의 내용이 질서가 있는가 살펴보며 고친다.
이렇게 내용을 충실히 보태어 적고 난 뒤에 같은 말이나 비슷한 말이 쓸데 없이 되풀이되거나 어떤 말을 빼어 버려도 뜻이 통할 때는 그 말을 빼어 버린다. 빼어 버리거나 고쳐 적을 때는 지우개로 지우지 말고 붉은 볼펜으로 기호를 써서 고치게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고치기 전과 후를 견주어 볼 수 있어 좋다. 또 아이들은 흔히 고쳤다는 것이 오히려 처음에 쓴 것보다 더 못하게 고치는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때는 처음에 쓴 것을 다시 살려 넣을 수도 있다. 시를 쓸 때도 그렇지만 고치기 할 때 교사가 좋은 작품에만 욕심을 부려서 강조하다 보면 아이들이 억지로 만들어서 보태어 적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마음에 짐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형식면으로는 바르게 쓰기, 띄어쓰기, 월점 찍기 따위를 살펴 고치고 줄은 알맞게 끊었는가, 연 나누기는 잘 되었는가를 보고 고치도록 한다. 줄이나 연을 꼭 나누어야 한다는 원칙은 없으니까 너무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
고치기의 본보기가 될 만한 시를 몇 편 칠판에 적어 놓고 같이 고쳐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된다.

(7) 다시 읽고 맛보기

시를 감상할 때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찾아 보면서 감상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감동 받은 점이 무엇인가?
  가치 있는 삶이 나타나 있는가?
  꾸밈없이 진솔하게 썼는가?
  글쓴이가 보고, 겪고, 생각하고, 느낀 점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어떤 것인가?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것들도 생각해 보게 한다.

  생활에서 나온 새로운 말, 새로운 생각의 표현이 잘 된 부분 찾기
  놀라움이나 신비함의 표현이 잘 된 부분 찾기
교사는 칭찬할 것은 크게 칭찬해 주고, 좀더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부담감을 갖지 않게 한 마디씩 해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아이들 가운데 개별 지도가 필요한 아이도 찾아 놓는다.

-  이상  이호철, 『살아있는 글쓰기』(보리, 1994)에서 부분 발췌, 요약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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