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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2-01 11:27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1971-1986)
 글쓴이 : 문학관리자
조회 : 2,888  
山 蘭 / 釋 性 愚(1971년 : 중앙일보)


어느 날 어느 별에
가누어온 목숨이냐

실바람 기척에도
구비치는 마음 있어

네 향기 그 아니더면
山도 어이 깊으리

山기슭 무거움에
실뿌리를 내리고서

생각은 골 깊어도
펼쳐든 하늘자락

劍보다 푸른 줄기에
날빛 비껴 서거라

淨土 저 아픔이
얼마만큼 멀다하랴

山窓에 빛을 모아
고쳐앉은 얼음 속을

長衫도 먹물에 스며
남은 날이 춥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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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탑 / 金 正 休(1971년 : 조선일보)


사랑은 다하지 못해 돌 속에 임을 본다.
그믐에도 달이 뜨면 사모(思慕) 먼 칠보교(七寶橋)여
못다한 애한(愛恨)을 안고 몸을 던진 아사녀

태석(苔石) 층층 길을 열면 뜰 가득 적막인데
여섯모 빈관(賓冠) 쓴 채 구품(九品)의 탑 한은 높고
쪼개진 달빛을 모아 출렁이는 저 영지(影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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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黃菊) / 柳 相 德(1971년 : 서울신문)


어느 금선(琴線)으로도
너는 울릴 수 없다.

시월 조락(凋落)을 밟고
돋아 오른 붙박이별

매운 뜻 선비의 창(窓)이
서리보다 밝아라.

먼 세월 표류(漂流)해 와
도사리라 여겼더니

때로는 생각이 맑아
우물처럼 괴더니만

이 밤엔 별빛을 옮겨
숯불 놓듯 타는구나.

적막(寂寞)한 하늘가에
묻어둬도 떠 오는 달

꿈마다 아린 정(情)을
황촉(黃燭)으로 밝혀 놓고

사랑이 불씨란다면
다둑이는 그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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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72

동아일보 金圓覺  木 蓮
중앙일보 金  鍾  가을에
조선일보 김월한  미루나무
대구매일 李炅晏  山窓早春
서울신문 金滿植  선인장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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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 蓮 / 金 圓 覺(1972년 : 동아일보)


우람히 솟은 建築
층층이 불밝혀 들고

그 마음 어느 뜨락에
샘처럼 고인다 해도

일제히 설레는 몸짓
狂亂하는 바다를.

발 아래 내던진 그늘
無碍도 끝나는 품안

色界를 갈아놓고
櫓 저어 건너온 바람

그 薰香 그윽히 번져
빛보라로 퍼붓는가.

하나절 크나큰 洞空
宮穡안 푸르름처럼

前生을 내다보면
어디나 다른 世界

그 순간 一切의 壁도
꽃이 되어 열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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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 金 鍾(1972년 : 중앙일보)


그 짙은 젊은 날이 눈물 위에 고이듯
이미 잃어버린 아픔 가을 열매 같은 것.
손 시린 바람 아래로 가만 울어나 볼란다.


가랑비에 일렁이는 소슬한 이름으로
연하게 반짝이는 무수한 갈잎 소리
다 떠난 빈 곳을 쓸며 눈물 아니 지우리.


아득히 眼界속에 잃은 것들 박히는데
바래진 나이 위에 눈물 배인 기쁨도
꿈속을 비집고 드는 희롱 같은 것이네.


허허허 바람지는 어둠 깃든 눈으로
억울함도 서글픔도 제멋대로 자라나서
냉랭한 서릿발 맞은 나를 다시 보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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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 金 月 漢(1972년 : 조선일보)


서느린 눈썹 골에
스치우는 하늘자락

휘저어 소리치던
손아귀에 드는 山河

드높이 펼치는 樂章
걸릴 것이 없더니.

긴긴 밤 뒤척이다
먼 未明 뚫고 솟아

地心을 뽑아올린
噴水의 곤두박질

꽃노을 타는 江물에
잠겨 뜨는 불빛을.

벼랑을 돌아드는
결고운 바람 타고

구름밭 갈고 가는
무수한 수레바퀴

못 박혀 머물러 서면
나도 한 미루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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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窓早春 / 李 炅 晏(1972년 : 대구매일)


해뜨자 젖어드는 먼 산 보랏빛 잔설
돌아온 산새 한 마리 어디서 겨울을 났나
자그만 뜨거운 부리를 돌부리에 문진다.

가야금 첫줄이 울어 점화해논 봄이런가
이제는 찬 눈발이 벌떼처럼 감기더니
산수유 까만 가지에 도톰도톰 눈이 돋는다.

다둑이는 불씨처럼 마음도 아껴쓰자
한 장 하얀 엽서에 산소식을 담노라면
아직은 만리밖 봄이 지레 밝아 오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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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의 하루 / 金 滿 植(1972년 : 서울신문)


노상 섧게 살아
한 철도
인색한 뜰.

자상스런 애정에도
그 숱하게
고적(孤寂)한 날.

우러를
하늘은 어디.....
기다림을
앓는 혼(魂).

힘과 삶과 길이 갈려
생각만 저미는데

감기는 말씨마다
온 몸을 찌르고 든다.

인종(忍從)의 아픈 손짓은
해를 비껴 떠는데.....

그을려
구겨진 꿈,
도로 챙겨 보노란다.

유리알에 그냥 박히는
저, 찬란한 남루(襤褸)여.

터놓고
웃어봤으면....
서성이다
해는 져.

여닫히며 도사리는
절망(絶望)의
칙칙한 늪.

산을 향하고 앉아
문득, 바위를 닮네.

제 홀로
염원(念願)을 삭이며
푸르름에
사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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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73

중앙일보 柳齊夏  불꽃놀이
조선일보 吳永彬  어떤 衝擊
서울신문 서우승  카메라 탐방(探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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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 柳 齊 夏(1973년 : 중앙일보)


빠개면 마냥 쏟아질 크막한 喊聲들이
캄캄한 가슴속을 몇 번이고 돌고 돌아
내 기억 그 餘白에다 꿈을 흩는 너의 손.

차가운 이 한밤을 全身으로 흔들면서
내 生命 그 무게만한 太古의 빛깔들로
줄기찬 神明을 타고 歲月을 앞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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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衝擊 / 吳 永 彬(1973년 : 동아일보)


腹面의 검은 손길 눈짓마저 으뭉하다
肺腑를 욱지르듯 살 뜯기는 戰慄 속에
흉흉한 억측을 모아 입방아를 찧다니.

몸살같이 얼얼한 지울 수 없는 이 身熱
스며든 물줄긴가 뿌리내린 樹木인가
春三月 山불 번지듯 활활 타는 너의 內部.

蕩兒의 그늘 아래 발 사리고 누운 鳴咽
뒤틀린 五官을 쓸며 잠을 설친 긴긴 밤을
한사코 목을 빼는 저 草食動物의 목청......

그것은 投身이다 부나비의 投身이다
燈유라에 곤두박질 無知한 抵抗이다
萬年雪, 그 氷壁을 두고 못질하는 끈기여.

성급히 달려오는 비람에도 울지 않고
꿋꿋이 이 자리에 遠近을 짚어 보며
億劫의 세월을 누린 骨格으로 서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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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탐방(探訪) / 서 우 승(1973년 : 서울신문)


필름 Ⅰ
나비는 온실 밖에 은싸라길 흩고 있고
꽃은 향을 뿜어 한 생각에 하늘댄다
맞대고 갈라 선 透明, 朱黃 타는 저 유리벽.

필름 Ⅱ
살점 죄 배로 가고 가죽만 뼈를 덮은
갈데 없는 눈먼 양(羊)의 씨 모르는 만삭(滿朔)이다
누구냐 빼곰히 넘보는 어둠 속의 저 눈망울.

필름 Ⅲ
통금이 쓸어논 거리를 바람이 핥고간 뒤
흔들리던 전신주에 어룽진 저 선지피
어딘가 발을 못뻗는 잠꼬대도 있겠다.

필름 Ⅳ
미친 파도로 하여 지금 나온 어항고기
유리알에 꿰비치는 세상 하나 도마 같아
이끼로 빛을 가리고 다시 앓는 바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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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74

한국일보 : <枯木(外)> - 朴正淑
조선일보 : <靑瓷> - 李景熙
동아일보 : <悲歌> - 金址榮
중앙일보 : <房> - 李鉉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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枯木(外) / 朴 正 淑(1974년 : 한국일보)


저 머언 蒼空을
잎잎마다 열고 서서
千年, 고운 무늬
靜物처럼 우러르면
太古의 門 밖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 새 소리......


바위 뿌리 녹여두고
손 흔들면 滿場의 별
피고 진 그리움을
안으로만 되새기며
우거진 日月의 늪에
힘껏 흩는 이 樂章.


귀 기울면 뿌듯한
歷史의 물결 소리
저 하늘 검은 구름
渴症 그 밑바닥에
來日의 꽃씨 하나를
등불처럼 켜든다.


韓 紙



그 고운 할머니의 모시옷 내음 속에
한 겹 한 겹 뜨내시던 속살 같은 韓紙 한 장
오늘도 꺼내 보고서 그 옛날을 그립니다.


代代로 이어온 우리네의 그 솜씨가
달 밝은 밤 피어나는 淸雅한 박꽃마냥
이 마음 가득한 곳에 香氣되어 번집니다.


아무도 못 닿는 그 純潔 고이 모아
지금 이 瞬間까지 하얗게 발을 치면
그대로 餘白에 뜨는 그리움만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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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瓷 / 李 景 熙(1974년 : 조선일보)


어느 뉘 넋을 사뤄
담아부은 生命인가

골 깊은 가슴마다
저 淸凉한 이슬 내음

줌 안에 구으는 微笑
고려 하늘 보는 듯.

눈 시린 盤石 위에
목숨 넘친 盞을 두고

늘, 푸르른 손짓
턱을 괴는 사랑 얘기

고운 살 속 깊이 듣는
天地間의 숨소린가.

光芒을 쓸고 앉아
문득 뇌어 보는 바다

忍辱도 눈부셔라
사운대는 저 하늬를

먼 水平 落日도 걷고
돋아오는 心像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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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 歌 / 金 址 榮(1974년 : 동아일보)


번진다, 먹물 떨군 눈물 두어 방울
神이여 뒤뜰 연못에 낚시라도 담그렴
목숨은 매양 둘레를 돈다. 노래여 흐느껴라.

어디나 풀꽃 흩어져 지는 해 고와라
내 천(賤)한 피도 고와라, 江위에 노을처럼
때로는 앓아눕고, 때로는 할퀴어 硫黃불에탄다.

나는 떠나리, 죽음이사 생각나면 찾아오리
진통의 메아리 갈앉듯 찾다가 없어도 그만이다.
목숨을 쏟아놓고 굽어본다, 노래여 흐느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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房 / 李 鉉 雨(1974년 : 중앙일보)

1
오십일 번 종점에 내리면 외로운 나의 居處
어제는 누군가 와서 두어번 너를 불렀고
그리곤 메모도 없이 목소리를 거두어갔다.

「누구일까」하고 앉으면 먼저 닿는 暗明의 빛깔
빈 방에 남아 있는 습관같은 冷氣속에서
眞紅의 하루를 벗고픈 내 切願이 무너진다.


2
우리는 명분도 없는 어느 白晝의 길섶에서
메마른 손을 섞으며 우정처럼 서성이다가
그 팔의 기우는 것만큼 弱點을 훔쳐왔을까......

겹겹이 동여맬수록 좁아가는 가슴 안에서
마음도 어둠에 젖으면 발이 시린 初冬의 강
자정쯤 불을 켜보라, 房들은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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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75  

중앙일보 : <白翎島> -兪文東
한국일보 : <촛불> -黃蒙山
조선일보 : <燈盞불> -金光洙
동아일보 : <鹽田에서> -임홍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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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翎島 / 兪 文 東(1975년 : 중앙일보)


안개깃 감긴 날등
黃土 빛을 핥고 앉아

얼비친 하늘 밑에
피끓는 恨을 삭힌

그 波濤 더운 祈求로
酸化하는 눈자위......



먼 뭍의 발치에 떠는
시린 海岸을 돌아

한 뼘 땅 매운 몸매로
소라꿈을 뒤척이다

부르면 손닿아 올 듯
눈에 접힌 長山串.



구름덫 하늬 속에
思慕의 뜻을 펴면

아득히 저 고향 벌만
엉겨드는 幻視인걸

저 묏등 나직한 기슭에
해당화는 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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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 불 / 黃 蒙 山(1975년 : 한국일보)


스스로 總明에 젖어
타오르는 목숨의 꽃

살맞아 깃을 치는
어둠들이 떨어지고

마지막 鮮血을 뿌린
領土이게 하소서.

당신은 들으시나이까
당신의 귓가로 번진

부딪혀 흩어진 飛沫
낱낱이 꿰는 슬픔

불현듯 목에 드리울
念珠이게 하소서.

나의 懇切한 소망
당신의 머리맡에

내려앉은 銀나비 떼
그 無知한 投身이여

당신의 끝없는 海原으로
노를 젓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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燈盞불 / 金 光 洙(1975년 : 조선일보)


뉘 모를 시름을 솎아
黃菊조차 여윈 밤을

손 짚고 떨리는 숨길
홀로 지킨 默約이듯

墨窓안 휘장을 걷고
그 滿寂을 흩는가.

스란치마 고이 접힌
密房의 꿈나비로

愛恨을 다못사뤄
속살 저민 喪魂을
          
빛무리 꽂힌 기슭에
밝혀 쓰는 꽃日記.    

찬하늘 뜯어내는
霜花숲 별빛에 묻혀

先業의 그림자로
새날의 門을 열고

어려온 슬기가 고여
하얀 손길 그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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鹽田에서 / 임 홍 재(1975년 : 동아일보)


미친 파도를 가로막을 堤防도 없이
버려진 뻘밭에서 남모르게 熱病을 앓다
角이 진 忍苦의 자세로 復活하는 몸이여.

어느 뉘 아린 뜻이 물보라로 넘치는가
干潮의 內岸은 안개에 싸였는데
끈끈한 敵意를 안고 재우치는 태풍을.

젊음이 難破당한 떼죽음의 모래톱에
이마를 맑게 씻고 물빛 연한 시간을 열면
비탈진 목숨의 魂이 물살에 어린다.

어기찬 勞役의 끝 밧줄을 휘감아도
세월은 어찌하여 술이 괴듯 괴는가
깨어진 燈皮를 닦고 짠 기운으로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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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76  

동아일보 : <겨울 바다에 서서> -丁海松  
한국일보 : <마을> -민병도
중앙일보 : <迎春曲> -金昌文
조선일보 : <觀音像> -柳剛熙  
대구매일 : <춘경삼제> -鄭舜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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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에 서서 / 丁 海 松(1976년 : 동아일보)

1
해발 一千미터
高度를 밟고 눈을 들면

묻힌 情炎의 破片들이
번득이는 물비늘 너머

遠景은 함성을 머금고
弧로 휘어 날(刃)이 섰다.


2
岩壁에 부딪쳐서
흰 이빨로 부서지는 絶叫

매운 바람도 범치 못할
손끝 아린 진실 앞에

한 꺼풀 角質을 벗고
불을 찾아 설레는 魂.


3
海底엔 무거운 함묵이
靈火되어 타오르고

日月도 近接 못해
비껴가는 숲의 계곡

속 깊이 潛跡한 세월이
용트림을 하느니.


4
피, 땀으로 가름 짜서
燈心에 불을 켜라.

한 점 꽃불로도
背光처럼 밝힐 어둠

물너울, 끝없는 作業이여
봄은 자릴 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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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을 / 민 병 도(1976년 : 한국일보)


어둠들이 짐을 부린
넉넉한 목숨의 城

넘어서면 꽃바람 일굴
受命의 여명 아래

너와 나 罪를 벗으며
耕作하는 이 가난

때로는 북소리만 남는
眞實 그 자욱마다

먼 地平 落日을 거두며
신앙을 밝혀 뜬 달

한 매듭 구원 밖에서
그 옛날을 태운다

해바라기 다 지는 無心
그 화려한 슬픔에 서면

어둠 머금은 씨알 밖은
哀願마저 거부한 노을

맺히는 노래 저 멀리
빛을 심는 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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迎春曲 / 金 昌 文(1976년 : 중앙일보)


앞동산 보름달을
한 아름 안고 떠난 길섶

그래도 시원찮아
쥐불 놓으며 달려왔지

불꽃이 파란 하늘이
활활 타고 있었네.



어머니
흔들던 손,
밤마다 단잠 깨워

초침 소리
가까이로
내 팔목을 이끄시면

빛 바랜
문풍지 새로
서릿발만 돋았네.



학이 떠난
빈 둥지에
고뇌를 다져 넣으면
뿌리로 뻗어가선
꽃잎으로 피어나고
되보면 염원을 쪼아
보얗게 서린 봄빛.



겨울의 시린 피부
아침놀에 타버린 날,
길게 뿜는 입김새로
떠오르는 무지개가
우리들 눈과 눈을 이어
동아줄로 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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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音像 / 柳 剛 熙(1976년 : 조선일보)


맑은 뜻
밝은 소리
출렁이는
金彩의 이마.
입술 언저리서
꽃잎 벙글어라.
한가득 품기는 볕을
온몸으로 받는다.

이승에 헐떡이는
懊惱여.
물결이여.
무시로 손 모두고
다소곳
가누는 마음.
한자락 傷한 바람도
그냥 젖어 더웁다/

어둡고
쓴, 모든 것을
혼자서 맡고 견뎌
즈믄해 눈빛을 닦아
魂을 씻고 불을 현다.
一瞬에 묶이는 永遠
별을 꿰는 빛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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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경삼제 / 鄭 舜 亮(1976년 : 대구매일)




볕바른 산모롱이 물소리 하마 맑고
화사(花蛇) 일깨우려 봄바람 땅 스민데
꽃소식 어데쯤 왔나 산빛 성큼 밝아라.


편 지

가뭇한 소식을 바라 생각의 층(層)을 높이면
까치가 울던 가지 물들었던 가을 한 잎
빈 날에 허공을 맴돌아 내 뜰에 와 앉는다/


그리움

등불로 가물대는 적막한 나의 창에
잔잔한 그 목소리 은하(銀河) 멀리 흘러가는
이 밤도 백지 그 위에 앓아 눕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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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77  

동아일보 : <나의 춤> -鄭時雲
조선일보 : <臨津江에서> -윤선효
한국일보 : <美湖川 所見> -정다운
중앙일보 : <연(鳶)> -강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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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춤 / 鄭 時 雲(1977년 : 동아일보)


저 秘境 수풀속을
알몸으로 헤쳐온 바람

끊긴 絃의 떨리는 선율 위
몇 점 비늘로 파닥이다가

창살끝 아픈 悲鳴을 딛고
더덩실 춤을 춘다

서툰 노랫가락도
얼미친 장단도 없는

어지러운 照明속, 끝내
눈멀어 눈이 멀어....

맴돌아 九天이 출렁여도
아직 끝나지 않는 나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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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津江에서 / 윤 선 효(1977년 : 조선일보)


山자락 붙안은 채
情이 벌 틈도 없이

여윈 꿈 뒤안길에
痛哭으로 저민 그날

그 所望 寒流를 타고
熱病 앓는 江줄기여.

靑苔낀 그 옛나루에
愛恨의 불씨를 묻고

어느 뉘
넋을 사뤄

花石亭터 놀이 지듯

못다한 念座 밖에서
그므러 간 後光인가.

曠劫을 소용 돌아
모진 목숨 밀려가도

그 年輪 쌓인 길목에
횃불 밝혀 다가서면

피어린 召命을 띠고
새 하늘은 열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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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湖川 所見 / 정 다 운(1977년 : 한국일보)


다친 날개깃에 은빛 싣고 내린 황새
저리고 시린 傷痕 잔물결로 감겨오고
돌 담근 물 서서 울어 산자락만 흐르는 내(川).

부리로 건져내는 깃털만한 봄기운이
물살로 밀려나와 목덜미에 차올라도
넋을 쓴 아픈 한 금은 그날 놓인 그대로.

오는 봄 꽃소식이 쥐불처럼 흔들린다
흐르는 구름결도 눈망울에 잠재우고
황새여, 어여쁜 황새여! 귀를 열고 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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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鳶) / 강 나 연(1977년 : 중앙일보)


바람 그 등솔기를
거슬러 올라와

푸른 하늘 한자락도
죄었다가 풀어주고

구름장 밭이랑 삼아
종다리로 누빈다


세상 죄죄 부는 바람
산과 들을 다 허문다

스무 네해 거리만큼
얼레 줄을 풀어두고

빈 손도 탁 털어 뵈며
마냥 울음만 삭혔다.

우러러 하늘 보고
뒤집고 산 한평생

길 먼저 떠난 시름들
바람 속 꿰어 두고

밤마다 가르마 위론
꿈길도 훤히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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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78  

중앙일보 : <落花岩> -曺東和
한국일보 : <채석장 풍경> -李靑和
조선일보 : <獨 島> -金良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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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岩 / 曺 東 和(1978년 : 중앙일보)


죽음보다 깊은 寂寞이
거기 어겨 있더이다
꽃 피고 꽃 진 자리
꽃대궁만 남아 있듯
江 따라 다 흘러간 자리
바위 우뚝 섰더이다.

눈물로 그 많은 피로
얼룩졌던 바위 서려
千年이 흘러가고
또 千年은 흐르는데
몸 가도 넋들은 사무쳐
진달래로 피더이다.

그날 끊어진 王朝의
斷面인양 슬픈 벼랑
다만 緘默으로는
못 다스릴 恨이기에
皐蘭寺 낡은 쇠북도
피를 쏟아 울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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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장 풍경 / 李 靑 和(1978년 : 한국일보)


배들이 만조(滿潮)를 싣고 모항(母港)으로 닿아있고
침묵은 기척도 없이 부두에 짐을 부린다.
채석장 공사판에는 넋을 쓰고 누운 돌들.

노을이 철쭉빛으로 이 산복(山腹)을 다녀간 후
뜨거운 정(釘)소릴 먹고 하늘빛은 살아났고
쪼개진 가슴팍들이 목련처럼 터졌었다.

기폭만 달아주어도 만선으로 떠날 혼령들
서천(西天)에 날빛을 띄울 채반만한 연(蓮)이거나
아홉 층 하늘을 다스릴 숨결 고른 탑이거나.

나목들 숨쉬는 소리 솔빛 보태는 소리
겨울강 물밑을 거슬러 돌아드는 고기떼들
지금 막 눈뜬 돌들이 비늘 돋혀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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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島 / 金 良 洙(1978년 : 조선일보)


億年을 할퀴어도
차가운 너의 魂魄

내 하늘 내 바다를
가슴으로 달래는가

먼 동녘 愛憎의 길섶
浮沈하는 너의 안부

글썽여 외진 달빛
톱질하는 하얀 손길

살아 그 많은 날(刃)이
水平위에 되깔려도

悲願을 사리고 앉아
홀로 뜯는 木琴소리

가꾸어 渴求하는
어머니의 그 품속

오가는 세월 빗겨
사려 딛는 발돋움에

엇갈린
나울에 안기어
내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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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79

조선일보 : <母 情> -許壹
중앙일보 : <三章詩抄> -공재동
불교신문 : <山 鍾> -金玉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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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 情 / 許  壹(1979년 : 조선일보)


고운 손 命줄을 뽑아
흙빛 삶을 꿰어든 채
짜개진 先史의 꿈도
되짚어 어루신 뜻은
그 하얀 무명옷깃에
시름 삭여 배인 血緣.....
가난턴 목숨 한 금
질그릇에 길어 붓고
아린 손끝 마디마다
불을 켜는 담금질로
온 삭신 燒紙로 올려
어둠 속을 밝혀간다.
산울림 타고 넘는
뼈를 깎는 淨土라도
몇 모금의 生汁을 내려
四季속에 내린 뿌리로
한 가득 고여 가는 빛에
靑磁하늘 얼린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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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章詩抄 / 공 재 동(1979년 : 중앙일보)


보름달
등나무 가지 끝에초승달 하나 걸어 놓고
열 사흘 시름시름 밤을 앓던 기다림을
올올이 풀어 내리는 등을 켜는 보름달.

接 木
돌배나무 잘라내어 新種을 接붙이고
이 겨울 三冬을랑 볏짚 아래 앓고 나면
잊혀진 옛 등걸 위에 身熱로 돋는 싹을.

눈 물
배추씨 한 알 같은 목숨의 重量이사
이승 사는 가시내의 눈물에도 잠기는 걸
내 남은 몇 해의 불꽃 가을강에 지필까.

허수아비
一千金 무게로도 못가누리, 가을 들판
텅 빈 들녘 끝에 허수아비 하나 서서
무너진 하늘 자락을 가까스로 떠받친다.


찬 가을 낙엽지듯 우수수 지는 목숨
지고 남은 한 개쯤은 갈밭에 묻었다가
한 해쯤 잠재워두면 새가 되어 울어줄까

초승달
개울물 건너다가 잃어버린 코 고무신
가슴 반쪽 무너진 채 돌아오는 내 누이야,
보아라, 저 하늘가에 초승달로 걸린 것을.

목 련
너마저 가고 나면 가슴 죄일 일도 없어
희야여, 천상 나도 목련이나 심을까봐
나뭇잎 없이 홀로 피어 이별할 일 없는 꽃을.

찔레꽃
이 할미 혼자 돼선 허기져서 따먹었고
청상의 니 에미는 한에 겨워 따먹더니
후살이 손녀 딸년은 약이 될까 따먹네.

여 자
모든 것 다 내주고 남은 게 없는 여자
사랑한단 한 마디가 보석보다 더 소중해
한 평생 울어야 할 걸 하룻밤 새 다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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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鍾 / 金 玉 山(1979년 : 불교신문)


풀 끝에 내린 이슬
山窓에 손 적시면

둥우리 눈 뜬 새알
목청울음 달무지개

默言도 萬金을 머금어
저 原初를 깨친다.

주초돌 높으오니
九天에도 들린 喊聲

살 보다 무거운 꿈
面壁으로 귀를 트니

흘려 논 寂滅 舍利가
용트림을 하는구나.

홀로 선 밤 그림자
마음귀도 닦은 話頭

한줄기 바람에도
無碍로만 열린 새벽

풀어진 山色도 감기여
먼 三生이 드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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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80  

불교신문 : <無味之談> -趙眞愚  
중앙일보 : <故鄕 가을> -蔣湜煥  
동아일보 : <南 海> -姜永奐  
한국일보 : <閑秋餘情> -朴基燮  
조선일보 : <장 미> - 尹智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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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味之談 / 趙 眞 愚(1980년 : 불교신문)


結 制
사자산 鐵牛 스님께
客門安을 드렸더니

반만 벌린 입술 사이로
덧니 하나 보이시고

운하정 뒤뜰을 돌아
올라 오라 하시더라.


人 定
冬地 불공이 끝나자
절간이 꽁꽁 얼었다.

법당 부처님은
문을 안으로 잠그셨고

염화실 祖室 스님의
간간한 기침소리.


無 題
진눈깨비 오다말다한
지난 달 초이렛날

황악산 직지사를 찾아
합장하여 삼배 올리고

차마 그 大佛 앞에는
촛불도 켜지 못하고 왔다.


放 禪
점심 공양을 하고
퇴설당 뜰로 가니

어느 콩밭에 내려와 앉았던
산비둘기 한 마리가

잡힐 듯 잡힐 듯 하기에
한참동안 같이 놀았다.


功 德
달 같은 童佛을 업고
冬地 佛供온 것 우바새

한 종지 참기름과
창호지 심지도 곱지만

풀어논 무명 보자기
그 백진이 너무 희다.


歲 月
인사동 골목을 지나다
얼핏본 한 점 연적

老스님 방, 주렴 밖으로
내다본 날빛이더니

손길이 가 닿을 때마다
고운 때만 묻더라.


話 題
아침 禮佛을 하고
산책길 나섰더니

어제 삭발을 한
老行者가 따라오면서

부처가 뭐냐 묻기에
걸음 멈춰 돌아섰다.


解 制
절은 청산에 짓되
주춧돌은 비그듬히 놓자

범종은 달아만 놓고
아무도 울리지 말자

만첩골 깊어만 가는
여명 먼 울림을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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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鄕 가을 / 蔣 湜 煥(1980년 : 중앙일보)


석류알 틈서리로
주홍빛 배어 들어
차라리 푸른 자락
외로 앉은 가을 하늘
기러기
울음소리로
된서리에 떨어진다.

굽으로 돌아가는
이어지는 강물소리
하얀 뿌리 내리다간
꽃대공만 섰는 노래
들창문
고운 살결에
빛이 되어 반짝인다.

아직도 두고 보면
고향 산 먼 나루터
노 저을 외진 길이
가슴에 와 놓이는데
속새풀
바람에 날려
늦가을을 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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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海 / 姜 永 奐(1980년 : 동아일보)


빛이 온다. 처절한 빛
바람을 무등 태우고
한 목숨 궁글리어 파도로
부서져 온다.
靑銅의 낯빛을 들어
불타서 사라진다.

뒤척이며 누운 바다
누가 위무 하느뇨
속살 깊이 사랑을 심고
수평으로 멀리 나가
햇살로 꺾어져 들며
無明으로 보챈다.

바다새가 가까이서
허리께로 날아든다
痛症으로 암은 破船
마파람에 눈을 감고
건져도 피멍이 들어
溺死하는 저녁 노을.

鎭魂曲 꿈을 가듯
엉키고 설킨 자리
밤은 이내 카를 세워
번져 핀 꽃 눈을 감아
어스름 달빛 속으로 절며 오는
사내들.

어기영차 닻 올려라
오색 깃발 휘날리며
꽃불 떨군 물굽이에
숯불이 타오른다
오마지 않는 그림자
어른어른 거리고.

오, 말하마
눈이 내려 탈색되는 겨울 바다
떠나서
눈물로 드러눕는 안해의
바람은 마른 버짐을 뿌리며
뿌리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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閑秋餘情 / 朴 基 燮(1980년 : 한국일보)


1
바지랑대 받쳐놓듯 섭섭한 이 가을날
못다 꿰맨 인연 끝에 실밥이 드러나고
서정의 풀씨를 받는 차 한 잔의 그 아미(蛾眉).

2
네 생각 강여울에 먼 인연의 목선 하나
산빛 물빛 무상(無上) 좋은 가을 속을 저어와서
이승의 저자 전전(廛廛)을 기웃대는 전생(前生)의 삶.

3
내 시름의 먼 벗이 와 굵은 테 안경을 닦으면
그 눈썹에 실려 온 산이 윗목에 가서 앉고
가을은 산을 내려와 몇 점 원경(遠景) 다가선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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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미 / 尹 智 園(1980년 : 조선일보)


차돌로 굳어진 情
오늘에야 門 엽니다
피맺힌 가시 줄기
맨발로 밟아 올라
머금은 아침 햇살에
송이로나 앉습니다.

서녘 해지는 노을
무너지는 하늘가에
걸어둔 아픔이야
타고 남을 재인 것을
한 타래 휘어진 가지
그림자를 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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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81  

대구매일 : <석양에 서면> -鄭石柱  
경향신문 : <숲.日記> -曺秉基  
조선일보 : <동작 묘지에서> -李進  
한국일보 : <木材所의 밤> - 全元範  
중앙일보 : <냇가에 앉아서> -李正煥  
동아일보 : <겨울 귤밭> - 吳承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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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서면 / 鄭 石 柱(1981년 : 대구매일)


불타는 까치놀이 서산마루 걸려 울면
햇살을 거둔 산빛 골짝마다 내려앉고
어스름 깔리는 소리 자리 뜨는 골 물소리.

몸에 밴 시름이야 태깔 고운 속살이고
먼 산에 눈길 주면 저무는 솔바람 속
산봉(山峰)은 없는 듯 거기 도로 있어 무겁다.

상현달 홀로 돋아 하늘 외려 넓어지고
넘치지 않는 고요 나무들의 이야기며
정 주어 호젓한 어둠 나도 발길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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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日記 / 曺 秉 基(1981년 : 경향신문)


채이는 돌부리에서
빛들이 일어선다

잠적의 어둠을 쪼아
부스스 눈뜨는 시간,

차가운 공간을 물고
비상하는 새 한 마리.

이슬밭 예감을 삭혀
털어내는 몸짓에서

고뇌는 빛이 되고
숲과 숲은 들먹인다.

꽃속에 박힌 말들의
불을 켜는 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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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 묘지에서 / 李  進(1981년 : 조선일보)


어둠을 삭혀내다
싸늘히 잠을 놓친
풀잎 야윈 눈매 속에
일렁이는 바람소리
타는 듯
능선 너머로
밤을 사룬 숨결이더니.

누이여! 네 놓고간
고향의 봄별들이
우리네 잃은 하늘
끝까지 다 데우고
한목숨
다시 내리울
말씀으로 떨고 있다.

속품 열어 부벼대는
나무들 어깨 너머
마지막 불빛 모아
건져내는 뜨거운 넋
산그늘
접어 띄우며
글썽이던 쑥꾹새.

알몸 되어 숨져가는
서녘은 도로 깊어
千日을 베이고도
구원 밖을 나는 새여!
날(刀)은 또
어느 이승에
지병으로 밤을 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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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材所의 밤 / 全 元 範(1981년 : 한국일보)


늘 몸살을 앓던 밤이 무너지고 있다.
수천의 손 끝에 감행된 켜켜의 아픈 결
자르는 톱니 사이로 시간들이 쌓인다.

한 토막씩 쳐내는 야망은 살아서
아픈 내 팔뚝의 깊은 동통(冬痛) 속으로
썰어도 썰어 내어도 일어서던 통나무

원시의 숲속에서 잎을 비비던 생각의
미명의 어디쯤 씨뿌리던 손들의
한 그루 싱싱한 나무 자라오는 소리들.

벌목(伐木)의 소리가 들린다 나무들이 일어선다.
밤의 한 가운데 목재소의 부근
어둠을 빠개는 소리 도끼 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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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 앉아서 / 李 正 煥(1981년 : 중앙일보)


1
갠 날 저물 무렵 찌를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속눈썹살 아려온다
봇물에 피라미떼들 제 등빛을 퉁기고.


2
물 위에 누워 보렴 맨살의 곳곳마다
무덤 속 그 寂寞이 쓰다듬어 주려니
밤 깊어 쳐다본 하늘 그믐달도 빛나리.


3
두고 갈 그만치는 두고 가고, 떠날 것은
물소리로 길을 잃고 덧없음을 노래하다
웬만큼 물이끼도 앉은 조약돌이 놓친 上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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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귤밭 / 吳 承 哲(1981년 : 동아일보)



귀한 것일수록
버리는 마음가짐

눈내린 날은 장끼도
터를 잡고 우는데

외면코
등을 돌리면
하늘 끝에 머무는 노을.



머물지 못하는 歲月
나뭇잎 흔들고 갔다.

바다 가까운 담 밖에
지치도록 쳐든 가지

오늘밤
뉘 무덤가엔
별빛 한창 푸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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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82  

한국일보 : <강가에 앉아서> -釋性一  
경향신문 : <漢江에서 만난 다섯 개의 바람> -박영우  
중앙일보 : <炭山一隅> -金京子
조선일보 : <지리산에서> -南宮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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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앉아서 / 釋 性 一(1982년 : 한국일보)


작고 큰 소리 멎어 세월 잎이 하나 지고
산마다 겉살 속살 지난날로 물드는데
불꽃 안 순백색 가슴 이대로만 가고 있나.

철쭉빛 산 노을이 나룻배에 실려 올젠
홀수로 날던 새도 둥지 찾아 향하는데
둥그란 그심 하나는 돌아갈 줄 몰라라.

이 한생 주소 없이 솔빛 길을 혼자 걷다
그 하나 심장쯤을 못 열고 못 닫아도
동 트는 내 들녘에 가 벙그르는 꽃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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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江에서 만난 다섯 개의 바람 / 박 영 우(1982년 : 경향신문)



툰드라의 찬바람이 십이월을 말리고 있다.
생각보다 먼저 왓다 지치도록 가지않는,
쓰디 쓴 네 체온으로 고뿔 앓던 일백일.


겨우내 키워왔던 서러움 반쪽 내어,
解氷하는 꿈을 엮어 꽃씨처럼 날려보면,
한 두름 가쁜 숨결로 철새 또한 깃을 턴다.


드러난 河床의 때늦은 빗방울에
하나의 化石으로 뿌리내린 오늘의 뼈,
흩어진 日常을 쓸며 젖은 창을 닫는다.


사랑이 철교 위를 꽃뱀처럼 기어가면,
아쉬운 손짓들이 낙엽으로 떨어지고....
아 그때 어쩌면 한강은 입술인 듯 말랐던가.


계절에 걸맞는 새와 빛깔을 앞세우고,
떠나간 바람은 다시 또 돌아왔다.
그리고 말없이 헤매어 갔다 찬 안개의 가슴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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炭山一隅 / 金 京 子(1982년 : 중앙일보)


둘러 선 푸른 산을
어머니라 이른다면
어렵게 낳아 놓은
또 하나 몽근 목숨
불꽃 필
그루터기가
가을비에 젖고 있다.

창틈 새로 고여 앉은
어둠의 粉가루와
여울 따라 울먹이는
개울물 비늘들도
밤 열차
불빛을 받아
가뭇가뭇 반짝인다.

멀찍이 두고 보아도
새재(鳥嶺)는 숨찬 고개
忠節의 魂꽃같은
산마루 별을 기려
몸 푼지
하루 사이에
되짚고 설 아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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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 南 宮 榮(1982년 : 조선일보)


原始로 빠끔한 하늘
반평생이 여기 존다
영원을 쪽빛에 감추고
그 너머 이는 흰구름
한번은 쥐고 흔들리라던
진초록이여 지평이여.

산 있는 곳 길은 나고
길 있는 곳 사람은 나서
이야기 넝쿨 밟아
비비산은 들어앉고
維磨經 돋우는 한 구절
산맥들도 숨 고른다.

더덕순, 고비순, 바위꽃
솔바람은 지쳐 눕고
숨어사는 약초들도
숨소리로 곁에 살아
高山은 적막과 한갈래
불끈 불끈 일어선다.

해종일 올라봐도
山마음은 늘 앞서 가고
산접동 울음엔
별빛도 묻어 번지는데
도라지 꽃빛은 짙어
혼자 취해 흔들린다.

눈 감기는 해발 칠천 척
山茶 향기 귀 가리면
실구름도 메아리도
이마 끝에 차가웁고
부릅뜬 산마루 저쪽
쫓겨가는 雲海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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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83  

충청일보 : <겨울 아침> -全泰益  
대구매일 : <洛東江> -李康龍  
경향신문 : <出土記> -鄭雲燁  
한국일보 : <果園日記> -신필영  
서울신문 : <庭園에서 外1> -노중석  
조선일보 : <겨울 東洋畵> -金鍾燮  
중앙일보 : <山마음> -김필곤  
동아일보 : <우리 先生 백결> -손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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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아침 / 全 泰 益(1983년 : 충청일보)


숲 잃은 까치들이 안테나에 앉아 있다
솔씨 쪼던 부리 끝에 감기는 매운 기류(氣流)
떨구는 깃털 하나도 숲 쪽으로 날아간다.

햇살 든 외양간에 황소 한 마리 누워
하얗게 드리운 선화지로 산꿩도 날아들고
묵념한 대숲 속에선 저 무리새 합창소리.

오늘도 무어 그리 근심이 많으실까
밤마다 내려와선 내 잠자릴 다독이는
찬 안개 한 자락 쥐고 새살 돋는 겨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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洛東江 / 李 康 龍(1983년 : 대구매일)


太初, 하늘문이 열리던 그날에도
즈믄뫼 갈피마다
피리 불며 내리는 江.
억새꽃
하얀 인연들
다둑이며 살더니.



그 여름
뻐꾸기 목청
다시 듣는 허허 진펄
멍들어 첩첩 누운 갈꽃 같은 역사를 꺾어,
남도땅
水門 언저리
힘살 세워 솟은 塔.



철새떼 자욱히 날아
새벽 미명을 쪼아내고,
저 안개꽃 神話 위로 아침해가 일어서면,
강물은
혈관을 굽이쳐
한 가슴 폭포가 되어.....



흘러, 일천 삼백 리 생각의 먼먼 길을,
이제 마지막 여로
신끈을 풀다가도
위 있어
못 끊을 명줄
돌아뵈는 白衣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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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土記 / 鄭 雲 燁(1983년 : 경향신문)


때묻은 時間들이
부시시 눈을 뜬다

시린 어깨 너머
무거운 잠을 털어내며

목숨의 金銀을 일으키는
아, 동강난 천년 흐름.

어둠이 묻어나는
땅속의 깊은 고요

바람 바람소리
하늘 귀 열어 놓고

또 다시 살아 오르는
너 순수의 뼈대여.

햇살도 닫은 가슴
우레도 먼 물결도

눈비 속 어질머리
돌거울에 얼비치면

기대선
오늘의 눈 높이로
낯 붉히는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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果園日記 / 신 필 영(1983년 : 한국일보)


봄밤을 무늬 놓던
하얀 꽃들 귓속말이

첫정에 씨를 받아
봉지 지어 영글었나
땀방울
薄土를 일으켜
가지마다 휘인다.

흙으로 빚은 햇살
金銀보다 무거운 삶

불거진 손마디로
짚어가는 하룻날은
새벽길
눈 고운 이슬이
가슴에도 와 맺힌다.

産褥을 벗고나면
물든 잎도 성근 가지

잔주름 볕살 속에
눈을 감는 忍苦런가
긴 三冬
꿈길을 돌아
도로 꽃필 果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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庭園에서 外1 / 노 중 석(1983년 : 서울신문)


두 손을 뻗쳐들고
먼 하늘 내밀던 가지

물무늬 하나없이
바람 속을 휘젓더니

한 송이 싱싱한 꽃을
낚아 올려 보인다.

꽃잎을 창으로 열고
내다보는 눈이 있다

주름진 조약돌
곤한 잠에 빠져들고

바람만 혼자 나와서
가지 사일 누빌 때.

기진한 짐승처럼
햇빛 아래 누운 연못

한 마리 소금쟁이
재빨리 달아나고

아득한 태초의 넋이
뒤척이는 저 물빛.



가 을


외로선 꽃대공에 벌레소리 쌓여 있고
저 어둠 사이사이 소금을 치는 달빛
풀뿌리 발도 못붙일 개펄 위에 눕는다.

몇 점 남은 살이 채찍 끝에 묻어나고
뼈마디 가루되어 강물 위에 떼밀려도
뜨거운 사랑은 남아 마른 풀을 흔든다.

날이 선 잎새마다 칼질하는 틈바구니
억새꽃 길로 자라 허옇게 나부끼고
바람이 씨를 묻고는 돌아보지 않는다.
[♣위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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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東洋畵 / 金 鍾 燮(1983년 : 조선일보)


하늘 땅 사름의 늪에
所望 하나 외로 돋아
千年, 그 나래 접고
학 되어 앉은자리
누구냐,
回歸의 날에
고쳐 쓰는 日誌여.



一瞬의 차운 落款
오히려 숨이 겨워
웃녘 빈 山川을 감추고
미덥게 떠오른 달
宣紙에 송송히 듣는
天地間의 물소리......



저마다 編을 뜨는
몇 萬이랑 물빛인 듯
싸늘한 마음의 붓
재워도 깎인 아픔
마지막 한 획을 누벼
온 이승을 묻는다.
[♣위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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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마 음 / 김 필 곤(1983년 : 중앙일보)


이승에도 비어 있는
동그란 뜰이 있어

솔바람 솔향기로
간간이 물은 들고

푸른 鶴
눈이 열리어
익어가는 영원의 숲.

春蘭빛 먼 하늘을
한 장 구름 가는 고독

목숨에 죄 있대도
참 고와라 願과 情은

弦 없는
탄주가 되어
꽃잎인양 아파라.

긴 목청 산울림에
새로 피는 풀잎 마음

작고 큰 돌과 바위
잠이 깊은 넋을 깨워

천년 전
푸른 냇물도
흔들리고 있구나.
[♣위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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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先生 백결 / 손 동 연(1983년 : 동아일보)


大處도 버리고 門下生도 다 끊고
이 땅의 無等貧者로 그대 홀로 나앉아서
襤褸의 興겨운 길도 먼저 알고 行하느니

덕지덕지 기운 옷이 어디 生의 전부냐고
건강한 病 하나 얻어 뿌리 깊게 앓다 보면
보아라 거문고 한 채 저절로 울리는걸.

쿵덕쿵덕 방아소리 하늘을 울려, 이웃집은
높고 낮은 웃음소리 땅을 울려, 이웃집은
그래도 훔치지 마라 內子여 네 옷고름.

절구통마다 가득 고인 배고픔도 덜어내고
울타리 친 세상의 눈도 잠시 뒤에 맞기로 하고
이제는 대樂 한 가락 퉁길 밖에, 그밖에.....

俗도 벗고 道도 벗고 그저 無爲인채로
罪없어 서러운 거문고 한 채 뜯다보면
가난도 빚 하나 없이 제 집짓고 들앉으신.

※ 樂(대악) : 방아타령(\'대\' 한자로 변환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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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84  

대구매일 : <觀音窯> - 權亨河  
한국일보 : <山家日記> -金完成  
경향신문 : <일어서는 바다> -李志葉  
조선일보 : <골동품> -朴姸信  
중앙일보 : <제2의 돌> -백승수  
동아일보 : <河回洞 所見> -權赫模
서울신문 : <吾園의 紅梅> -李仁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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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音窯 / 權 亨 河(1984년 : 대구매일)


靑鶴 몇 마리 놓친 聞慶 觀音窯에는
하늘빛 묻어나던 산새 울음도 없이
낮달도 발길을 잃어 여울물에 씻기는가.

철따라 손짓 따라 梅花 피고 菊花 피면
휘돌던 모롱이로 웃음 벙근 송이송이
黃土빛 抒情 새기다 침묵으로 잠자거니

솔빛 기르시며 우리 가슴에 새기던 얼
푸른 눈물 불지피는 하늘 끝에 뒹굴다가
무너진 세월 산자락에 구름 걸고 달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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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家日記 / 金 完 成(1984년 : 한국일보)


응달엔 헌 누더기
殘雪은 이냥인데
산밭에 씨앗 넣는
비탈진 한나절
山茱萸
노란 졸리움
잠 깨우는 山鷄울음

푸서리 찌는 地熱
땀으로 김을 매다
풀꽃이 사진 박힌
계곡물에 몸 담그면
물소리
솔바람소리
나도 그만 구름되네.

된서리 하얀 아침
산아래 눈을 주고
골짜기에 달빛이
철철철 넘치는 밤
호롱불
심지 돋우며
산 울음 소릴 듣는다.

눈보라 아우성에
창문을 닫고나니
앞산도 눈을 감고
물소리도 귀를 막네
歲寒圖 토담집 속에
享享한 저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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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는 바다 / 李 志 葉(1984년 : 경향신문)


낮게 부서지는 무한량의 햇살들
해초들 파란 손금에 銀魚떼가 일렁입니다.
時間의 흰 頭蓋骨이 몰래 빠져나갑니다.

썰고 썰어내도 뼈들의 싱싱한 웃음
가쁜 숨 자지러지며 낮달 하나 토해낸 뒤
무르팍 깨진 幼年이 소리치며 달립니다.

어디론가 소란소란 소문들이 눈뜹니다
純金빛 부채 무늬 노을인 듯 깔아두고
産苦의 멀리를 깨문 女人들이 뒹굽니다.

鍾소리 떠갑니다. 녹물 씻고 절망 딛고
모둠발 뛴 아픈 자리 꽃을 들어 答하는 아,
한 목숨 쓸려간 후에 다시 오는 물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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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 朴 姸 信(1984년 : 조선일보)


日月에 예 앉아
삶을 되살린다

좀 먹고 썩은 木器
이끼 앉은 연자방아

가믈한 기나 긴 旅路에
情이 새록 쌓이고.

기승 떠는 마음을랑
따독따독 만져주는

주름살 패인 결을
어머니 듯 보듬고서

야윈 손 엉기는 핏줄
옛이야길 주워 담네.

청자 빛 하늘가에
한 조각 마음 싣고

白磁 흰 빛깔에
슬기 찬 목숨이어

千年鶴 보람을 찾는
久遠으로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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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돌 / 백 승 수(1984년 : 중앙일보)


滿空의 적막을 깨고
은빛 두른 이 아침에

아슴아슴 허물 벗어
나는 하나 돌이었다

창 열고 강쪽을 보면
흐르는 꽃, 구름바다.

돌 속에 숨어사는
여름밤의 물소리가

思念의 얼룩샘을
綠陰으로 으슬어도

천만번 눈멀고 귀먹어
그 얼굴을 씻어낸다.

누른 돌 검은 돌에
모난 돌 둥근 돌을

쑥국새 부리 쪼아
돌의 넋은 살아나고

바르르 너울이 돋아
숨결 고른 빛무늬여.

돌이 눈을 뜨면
저리도 환한 세상

기쁜 일도 잠재우면
눈물 배어 또 곱다지

한 자락 강물을 거슬러
달무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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河回洞 所見 / 權 赫 模(1984년 : 동아일보)


(1)
모래알 다 닮도록 예서 우리 발 묻고 살자
눈감고 염주 굴리듯 굽어도는 河回나루
靑眉의 젖은 강변에 천년 꿈을 모아 살자.

(2)
내 아직 뜨지 못하네, 저 노을 두고서는
柳氏댁 지킨 內堂 서리 받아 익은 紅枾
닦아서 가슴에 담아 이 겨울을 나겠네.

(3)
용마루 휘인 골이 솔빛 얹어 푸른 둘레
맴도는 세월 뒷길에 풀씨 물고 오는 새여
숨겨진 그 날의 얘기 홰를 치며 앉는가.

(4)
낮아서 어여쁘던 草家 세운 주춧돌이
눈물을 깔고 앉아 평생을 여민 터전
아, 백발 희던 가락을 한 끝으로 눌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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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園의 紅梅 / 李 仁 植(1984년 : 서울신문)


온통 산이다가
그늘로 눕는 가슴
저무는 빈 벌판을
바람들이 지고 간다.
말없이
일으킨 생각
뚝 지우는 梧桐 한 잎.

할말로 내리지만
별들 도로 오르시고
저 가을 달빛 바늘
누벼 뜨는 아픔이여.
갑자기
피의 나울이
타래타래 일렁인다.

못 이룬 꿈의 무늬
지고 없는 黑모란들
벼랑을 깎아지른
시간들이 쏟아진다.
사무쳐
섬으로 떠서
송이송이 버는 紅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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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85  

대구매일 : <乙淑島> - 張炳愚  
경향신문 : <沿岸埠頭> -張榮基  
조선일보 : <茶道吟> -趙達順  
중앙일보 : <빛> -朴吉淑  
동아일보 : <白瓷를 곁에 두고> -朴永植  
서울신문 : <새벽, 그리고 한강> -김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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乙淑島 / 張 炳 愚(1985년 : 대구매일)


섬이
물에 잠긴다
갈대숲이 다 꺾인다

강물따라 흘러 내린
그 숱한 세월들도

乙淑島,
내려 선 물새떼
눈망울에 다 잠긴다.

河口엔
둑이 쌓이고
불빛마저 水沈되고

길 잃은 철새떼들
갈잎 물고 돌아 가면

바람은
무엇을 찾아
혼자 서성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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沿岸埠頭 / 張 榮 基(1985년 : 경향신문)


(1)
색색의 깃발들이
바람을 밀어낸다

옹이진 눈빛으로
꽃을 낚아 올리는

수부의 붉은 잇몸이
선명하게 웃고 있다.

(2)
폐수에 찌든 바다
그 결을 밝힌 횟집

어화등 점멸하던
그 수평 한 귀퉁이의

노을은
물 속에 잠겨
제 빛을 잃고 있다.

(3)
갈증에 타는 목청
온 밤을 앓고 있는

가로등 불빛 따라
분내음 짙어지고

방파제
주위엔 가득
어둠이 쏟아지는 소리.

(4)
피보다 독한 술에
수부들이 쓰러진다

도시의 그늘만이
어디 삶의 전부냐고

거친 숨
고르는 달빛
파도 위에 눕는다.

(5)
취기가 깨기도 전
수부들은 눈을 뜬다

두 팔에 안겨 오는
캄캄한 물길 따라

끈끈한
뱃고동소리
멀리 끌며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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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道吟 / 趙 達 順(1985년 : 조선일보)


맑은 날 고요롬이
목련으로 벙근 오후
아이는 샘물 길어
꽃잎을 띄워 왔네
한 줄기 茶煙을 보며
책을 가만 덮는다.

물이 끓는 소리
솔 소리 바람 소리
茶는 반쯤 한결인 香
진꽃에도 도는 내음
一味로 취하는 순간
禪으로 내 앉는다.

찻잔을 비우듯이
想도 念도 비워내면
티끌 하나 일지 않을
본래의 그 자린데
回歸는 아득한 구름
타는 번뇌 저 노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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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 朴 吉 淑(1985년 : 중앙일보)


바람에 씻긴 소리
예 와서 빛이 된다.

한뼘 거리 저만치에
묻어둔  瞳孔들이

밤이면 어둠을 깨워
채우는 저 빛타래.

꿈으로만 익은 것이
열매는 아닌 것을

돌아서도 부딪히던
덧쌓인 시간더미

긴 겨울 가생이를 더듬어
소리로만 길을 갔다.

만갈래 벼랑길에
한올씩 달아 엮는

꽃등불 심지 돋운
젖은 손은 누구인가.

먼 地平 갓돋은 해가
이마팍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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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瓷를 곁에 두고 / 朴 永 植(1985년 : 동아일보)


(1)
담담히 눈이 내려
숨결 맑힌 여백의 땅

겨울 강에 귀대이면
물소리도 쟁쟁한데

푸드득 바람이 치면
일어서는 참대밭.

(2)
묵향이 번져나면
풍로에는 차(茶)가 끓고

난잎이 흔들리면
남루 시름 벗어지고

마음도 조촐히 비우면
청산 나는 학이다.

(3)
꽃잠 여는 亞字窓이
새벽빛을 토해 내면

이(齒) 시린 샘물 길어
매끈히 알몸 씻고

어느 뉘 머리맡에서
가부좌로 앉는 여인.

(4)
앞마당엔 뼛가루가
홍매가지 설레는 밤

거문고 줄을 골라
둥기둥 哀恨 풀면

아득한 저 문갑 위로
王朝의 흰 달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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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그리고 한강 / 김 명 섭(1985년 : 서울신문)


(1)
찢긴 모래톱을
들어내는 投網의 새벽

물안개 퍼올리며
겨울 풀 일어서고

日出의 뜨거운 숨결
노래되어 흐른다.

(2)
저기 부는 風雪
여기 여울지는 물살

候鳥 날아드는
역사의 아픈 巡禮

가슴은 한 채 배로 떠서
삐걱이며 노를 젓고.....

(3)
이제 어디로 가나
우리들 표류의 아침

불러도 닿지 않는 對岸
물소리는 목이 쉬고

그래도 내일이 있어
門을 여는 江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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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작 1986  

서울신문 : <저물 무렵의 詩> -鄭一根  
경향신문 : <살풀이> -金甫漢  
동아일보 : <빈 이랑 일어나기> -李周南  
조선일보 : <山을 내려오며> -李同求  
중앙일보 : <復活의 바다> - 吳昇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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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무렵의 詩 / 鄭 一 根(1986년 : 서울신문)


굴뚝새 내려앉는 저물 무렵 尖塔 근처.
天涯를 더듬다가 회한으로 깊은 노을
하늘로 가는 길들이
붉게 타며 부서진다.

神의 빈 아궁이 자작나무 지펴본다.
비로소 빗장 풀며 마음門 여는 贖罪
저 일몰 깊은 곳으로
불씨 하나 눈뜨다.

기억하라, 예감으로 풀어지는 바람들을
바람이 모든 탄생과 죽음 또한 呼名할 때
살과 뼈 뜨겁게 비비는
아픔이며 뉘우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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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 / 金 甫 漢(1986년 : 경향신문)


앙상한 미루나무
까치소리 걸어 두고

무당집 오색 기폭
꿈을 꾸듯 나부끼면

서슬도 푸른 칼날이
무지개를 베어 문다.

푸르게 내리는 鬼氣
온마을에 드리우고

휘모는 살풀이사
불티처럼 날려가는

옷깃엔 눅눅한 기운
악령들이 쫓겨간다.

저마다 저를 찾아
괴이던 탁을 풀면

나즉히 끓는 아우성
개펄 저쪽 뜨는 바다

구름도 黑馬처럼 달리며
소금기만 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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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이랑 일어나기 / 李 周 南(1986년 : 동아일보)



따비 튼 논이랑을
한 올 한 올 풀어내어

이엉마름 얽어서는
산자락을 싸매면

슬기산 암호랑이도
속치마를 열어 뵌다.



빛 한 톨 떨어내어
문을 연 봄의 햇씨

꽃소식 몸을 푸는
단흙 속에 섞어보면

빈 들판 스란치마에
주름 접혀 꽃물 든다.



봄밤의 논두렁은
새소리에 꼬리 틀고

산천은 머리 풀어
꽃빛에 빗기운다.

실바람 눈부신 빗질
알몸되는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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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을 내려오며 / 李 同 求(1986년 : 조선일보)


해거름 한자락 들고
등굽은 외길 이끌고

산그늘이 산을 덮는
큰 허울을 내려 놓는다.

무엇이
등줄기에 실려
이 어둠을 찍고 있나.

山頂은 성좌를 쓰고
턱을 괴고 앉았지만

스스로 누리고 있는
속품을 재고 있다.

雲海엔 한 點 먹물로
긴 침묵의 劃을 긋고-.

세상을 밝히듯이
핏물도는 山을 내려

산물소리 山門열며
자라나는 산을 본다

스스로 제소리 거두는
산울림도 엿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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復活의 바다 / 吳 昇 姬(1986년 : 중앙일보)


겨울꽃 속잎 트듯
벙그는 아침 漁場
難破로 쓰러지던
아픔의 시간들이
눈부신 비늘로 떠서
꿈틀대며 일어선다.

어둠에 찢기우며
올리던 꿈의 投網
먼 氷河 새떼로 와
구름의 산이 되고
섬 하나 안개에 업혀
숨가쁘게 달려온다.

바람 부서지고
넓게 트인 勞動의 땅
金을 캐듯 빗살들이
깃발되어 나부낀다
바다는 동틀녘 滿船
復活의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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